인본주의와 도덕주의는 사회윤리 부활시킬 가장 중요한 무기
사람이 행하는 모습이 반듯해야 신뢰 준다...퇴계의 경(敬)사상 실천 필요
여성을 제외하고는 어떠한 사회적 성취 도달할 수 없다
■ 출연 : 조병기 담수회 안동지회장
■ 방송 : BBS 대구불교방송 ‘라디오 아침세상’ 08:30∼09:00 (2024년 5월 17일, 대구 FM 94.5Mhz·안동 FM 97.7Mhz·포항 105.5Mhz)
■ 진행 : 김종렬 기자
▷ 앵커멘트 : 유교문화권의 핵심 지역인 영남은 국난극복과 국가발전을 주도한 중심지 역할을 해왔습니다.
대구경북(TK)하면 고리타분하고 변화에 뒤처진 지역으로 인식되기도 하지만 새로운 가치를 회복하고 실천하는 사상이나 운동이 일어났던 곳입니다.
우리의 정신문화 속에 내재된 윤리도덕과 민주적 혁신사상을 계승·발전시키려는 노력은 계속되고 있는데요.
파워인터뷰, 오늘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유림단체죠. 담수회 안동지회 조병기 회장을 김종렬 기자가 만나 영남인의 정체성이자 미래인 새로움과 관련된 말씀 나눠 보겠습니다.
▷ 김종렬 : 예, 파워인터뷰, 정신문화의 수도 안동에서 인간성 회복 운동에 나서고 계신 담수회 안동지회 조병기 회장님을 찾아 왔습니다. 회장님 안녕하십니까?
▶ 조병기 회장 : 예, 반갑습니다.
▷ 김종렬 : 회장님, 행사 때 뵙고, 또 이렇게 뵙게 돼 반갑습니다.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습니까?
▶ 조병기 회장 : 잘 지내고 있습니다.
▷ 김종렬 : 담수회(淡水會) 역사가 60여 년이 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담수회는 어떤 활동을 하는 곳입니까?
▶ 조병기 회장 : 사단법인 담수회는 윤리도덕 선양과 전통문화 전승을 위해 담수회 평생교육을 운영하고 있으며,
유학의 이해와 유림 활동에 도움을 주는 발간사업, 청소년 인성 예절 교육, 주민 윤리 도덕 선양 강연회, 전통문화 전승 사업,
유림지도자 육성 사업, 젊은 유림, 여성유림, 전통 유가 후진 영입 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 김종렬 : 담수회는 ‘군자지교 담여수((君子之交 淡如水)’란 글귀에서 가져왔다 들었습니다. 어떤 뜻을 담고 있는 겁니까?
▶ 조병기 회장 : 예, 군자 군(君), 아들 자(子), 갈 지(之), 사귈 교(交), 묽을 담(淡), 같을 여(如), 물 수(水) 이렇게 한문으로 돼 있죠.
풀어보면 ‘군자 간의 사귐은 담당하기가 물과 같다’는 뜻으로 무심한 듯 담백한 교제가 오래가며,
이익이 개재된 달콤한 사귐은 오래가지 못하고 끊어지게 된다는 교훈적인 말입니다.
▷ 김종렬 : 명칭이 참 아름답고 교훈적인 느낌이 듭니다. 단체의 명칭처럼 지향하는 뜻도 클 것 같습니다. 가장 주안점을 두는 대표적인 활동,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 조병기 회장 : 유림지도자 육성을 위한 전통문화 연찬회를 개최 등 유림지도자를 육성하고, 한시 백일장, 서예전 개최 등 많은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 김종렬 : 안동은 선비정신의 정수를 보여주는 유림의 본고장입니다. 그런데 담수회의 태동을 보니 대구에 본부를 두고, 전국에 지부를 두고 있는데요.
어떻게 보면 안동에 본부가 있어야 하는 게 맞지 않느냐는 생각도 가질 수 있는데, 대구에 본부가 있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 조병기 회장 : 예, 1963년 10월 10일 (대구) 공산면 달성서씨 재실에서 39명의 회원으로 담수회가 발족되어 지금까지 60년 역사를 한결같이 이어오고 있습니다.
안동에서도 안동지회로서 책임과 의무를 성실히 실행하고, 안동은 선비정신의 정수로 어느 지회보다 열심히 임무를 수행하고, 정신은 안동이 중심임을 자부하고 있습니다.
▷ 김종렬 : 대구의 본부가 특별하게 있게 된 건 아니고 먼저 태동을 했다는 그런 것이죠?
▶ 조병기 회장 : 달성서씨 재실에서 태동했다는 것으로, 그렇게 대구에 본부가 발족되었습니다.
▷ 김종렬 : 과거 ‘한국담수회’란 명칭 변경이 나왔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아직 명칭 변경까지는 이르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 조병기 회장 : 예, 많은 좋은 의견이 있었지만 역시 담수회 큰 뜻에는 변함이 없기에 현재 담수회라는 명칭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 김종렬 : 지난해 담수회 안동지회에 큰 변화가 있었지 않습니까? 전국에서 처음으로 여성들을 수석부회장과 부회장으로 선임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특별한 이유와 그 의미는 무엇입니까?
▶ 조병기 회장 : 안 그래도 이번에 총회에서 우리 중앙회장님과 여성 수석회장에 대한 의견이 전국에서 안동이 처음이다. 어떻게 이렇게 했느냐고 말씀이 또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남존여비(男尊女卑), 삼종지의(三從之義), 칠거지악(七去之惡) 등 옛 유교 여성관의 상징적인 단어는 지금 시대의 변화와는 전혀 맞지 않는다.
여성을 제외하고는 어떠한 사회적 성취를 도달할 수가 없다.
사실 옛 시대에도 마찬가지였지만 유교문화에서 여성의 공을 남성이 시대적 공감대를 형성 그냥 누렸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에 담수회 안동지회에서는 여성도 함께하여 더 체계적인 활동을 하고자 했습니다.
지금 안동지회에는 여성 지도자들이 남성들보다 오히려 더 앞장서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도산서원에서는 여성이 초헌관을 했던 역사도 있습니다.
▷ 김종렬 : 담수회는 유교문화의 현대화, 선비정신의 계승발전이나 젊은 세대에 대한 인간교육 등이 절실하다 이렇게 앞에서도 말씀하셨고요.
60년 전 담수회가 내세웠던 이 같은 목표가 아직도 진행형이 되고 있는데요. 어쩌면 지금 더 필요한지도 모르겠는데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조병기 회장 : 예, 맞습니다. 이에 사단법인 담수회에서는 대구광역시교육청의 지원을 받아 대구 소재 청소년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청소년 관례 및 계례(筓禮) 체험 교육을 실시하고,
여학생 족두리 쓰기 체험 등 우리 전통의 예절과 문화를 이해하는 기회를 갖고 있으며, 이후 전국적으로 실시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 김종렬 : 전통문화 체험을 요즘 세대에 맞춰서 하신다 이런 말씀이시군요. 세대구분을 고려해 볼 때 담수회 창립 때가 베이비부머 세대(1955-1963) 때입니다.
그 세대를 거쳐 386세대, X세대, 밀레니엄세대, Z세대, a세대로 이어지는 급격한 세대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이 같은 세대에 맞춘 담수회의 대응도 필요해 보이는데, 어떻게 대처해 나가실 계획입니까?
▶ 조병기 회장 : 맞습니다. 시대도 변하고 생활 습관도 변하고 사고방식도 변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변해야 합니다.
이에 본인은 젊은이가 생각하고 사고하고 행동하는 패턴을 이해하고 공감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다만 그 속에서 옛것에 대한 되새김도 필요함에, 변화에 순응하면서 공경과 배려도 변화 속에 한 부분으로 잊혀 지지 않는 문화로 함께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 김종렬 : 회장님께서는 퇴계 이황 선생 문하에 배웠던 월천 조목(趙穆) 선생의 11세손으로 알고 있습니다. ‘퇴계학’을 정립하고 계승·발전에 기여한 것으로 아는데요.
퇴계 선생의 사상과 의식 등도 담수회가 지향하는 가치일 것 같습니다. 퇴계 선생과 조목 선생께서 지향하셨던 대표적인 덕목을 꼽으신다면 무엇입니까?
▶ 조병기 회장 : 퇴계 선생님이 지향하셨던 덕목은 경(敬)사상입니다.
경(敬)의 구체적 실천 항목으로는 의관을 정제하고, 시선을 높게 하고, 발걸음을 무겁게 하고, 몸가짐을 겸손하게 하라.
이를 퇴계 선생님은 마음으로 새겼었습니다.
이는 사람이 행하는 모습이 반듯하여야만 타인에게 신뢰를 주고 그 신뢰를 바탕으로 사회생활을 할 수 있다고 봅니다.
월천 선생은 15세에 퇴계 선생께 집지(執贄)하여 퇴계 선생이 돌아가시던 해까지 33년을 모셨습니다.
퇴계 선생 사후 심상삼년(心喪三年)을 하셔서 스승에 대한 예의를 공경히 갖췄습니다.
그렇듯 월천 선생은 퇴계 선생의 제자로서 덕목을 완성하셨습니다.
특히 140여 편의 사문수간(師門手簡 : 월천 조목 선생이 스승 이황 선생에게서 받은 편지를 엮은 책)은 두 분의 마음과 생각을... 잘 생각하고 읽고 있습니다.
▷ 김종렬 : 안동은 한국 정신문화의 수도로 불리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혹자는 ‘갈라파고스’ 효과를 들고 있습니다. ‘홀로 떨어진 섬’ 같다는 말을 합니다.
옛 선현들의 새로움을 추구하는 사상이나 운동이 정체된 것 아닌가란 뜻도 내포돼 있는 것 같은데요. 유교문화권의 중심 안동이 좀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칼라파고스’를 벗어나야 하겠는데,
어떤 변화가 필요할 것 같습니까?
▶ 조병기 회장 : 예, 우리 안동은 유교문화유산으로 너무나 많은 것들을 소유하고 있고, 안동은 정신문화의 수도로 불리고 있습니다.
개인주의와 자본주의의 왜곡으로 물질의 가치가 사람의 가치를 우선하는 현대사회에서 유교가 어떤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지를 잘 살펴보고,
유교의 인본주의와 도덕주의는 인간의 가치를 재확인하고 점점 잃어가는 사회적 윤리와 도덕적 윤리를 부활시켜줄 가장 중요한 무기라고 생각합니다.
단지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그들과 사이에서 안정과 만족을 얻어 나가기 위해서 일을 하는 것으로 인식되어야 합니다.
이에 기성세대들이 솔선수범하여 윤리를 실천하고 후손에게 물려주기 위해 각종 행사와 모임으로 젊은 세대를 동참시키고 있습니다.
▷ 김종렬 : 안동은 전국 유일의 종교타운이 있는 고장입니다. 종교 간의 상생과 회통의 문화는 미래를 위해 필요한 정신적 자산 것 같은데요.
불교와 유교가 안동을 인문정신의 본향으로 만들었던 것처럼, 종교 간 다툼이 없는 사회를 발전시켜야 하는데요. 어떻게 해야겠습니까?
▶ 조병기 회장 : 우리가 살면서 상대방을 존중하고 배려하고 함께 하여야 하는 것 같이 종교도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종교가 다름이 생각의 차이가 아니라 개개인의 추구하는 선택일 뿐입니다.
황인, 백인, 흑인이 있듯이 저마다 색깔이 다를지언정 모두 인간으로 존경받고 공생하며 잘 살고 있지 않습니까? 종교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더 할 것 없이 존중하고 배려하면 그것만이 살 길 아니겠습니까? 다름은 중요하지 않고 그냥 내가 좋아하는 것으로 인식되면 더 이상 다툼의 여지가 없을 듯합니다.
▷ 김종렬 : 회장님, 우리사회의 겉모습은 화려하지만 내부는 전근대적인 조선사회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을 합니다. 이를 두고 언론인 출신 이제상 박사는‘슈트입은 조선인’이라고 칭하기도 합니다.
성리학적 세계관에 벗어나고 자립, 자생, 자치란 가치를 헌법과 법률에 제도화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는데요.
현재 우리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이며, 어떻게 개선책을 찾아야겠습니까?
▶ 조병기 회장 : 분명 많은 문제점을 제기하지만 제가 본 문제점은 초고속 고령화가 진행 중이나 이를 사람들은 이 문제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고,
젊은 층은 또한 개인주의로 치닫고 국가에서는 이런 젊은 층을 대변하는 제도적 장치가 미흡하다고 봅니다.
그리고 정부에서 이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이 이루어져야 하고, 지금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인 지역소멸, 저출생에 대한 문제에 대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 김종렬 : 회장님 그리고 대구경북을 보수의 심장, 본향이라고 합니다. 그렇지만 보수 정당은 그 정체성이 없다는 지적을 듣기도 하는데요.
공동체 우선이 아닌 사익 추구, 온고지신(溫故知新)을 멀리하고, 역사를 교훈삼지 않는다는 지적을 듣기도 합니다. 회장님께서 보시는 보수는 어떤 모습이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 조병기 회장 : 보수주의라는 뜻은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질서를 일컫는데, 우리나라에서의 보수는 우파를 지칭하고 반대로 진보란 좌파를 지칭합니다.
이는 너무 편파적이어서 어느 한쪽에 치우치면 극과 극으로 치닫는 현상을 만들어 결국 보수와 진보가 끊임없이 대립하기만 합니다.
보수도 시대의 흐름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노동시장의 유연화라든지 복지제도의 현실화, 국가 경쟁력 제고 등으로 현실성 있게 사람들의 공감대를 이끌어낼 수 있게 변해야 합니다.
▷ 김종렬 : 마지막으로 청취자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 있다면 한 말씀 듣고 인터뷰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 조병기 회장 : 많은 사회적 문제가 대립되어 상호 마찰되지만 그 속에서 조화를 이루면서 유연하게 대처하는, 사람과 사람이 서로 믿고 협력하며 배려하는 삶이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 김종렬 : 회장님 말씀 들어보니 역사를 교훈삼고 온고지신(溫故知新)의 자세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옛 선현들의 지혜가 우리 사회 곳곳에 퍼져갈 수 있도록 담수회가 노력해 주시길 바라고요.
회장님 바쁘신데 오늘 인터뷰 대단히 감사합니다.
▶ 조병기 회장 : 예, 고맙습니다.
▷ 김종렬 : 예, 파워인터뷰, 지금까지 담수회 안동지회 조병기 회장님을 만나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