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이원선 기자
(사)담수회는 1963년 창립되었다. 장자 산목(山木)편에 “군자의 사귐은 담담하기가 물과 같고, 소인의 사귐은 달기가 단술과 같다.(君子之交 淡若水, 小人之交 甘若醴)”에서 ‘淡水(담수)’를 따와, 1972년 제1집을 펴냈다. 해마다 한 권씩 세상에 나온 담수는 올해 50집을 발간했다. 2008년 42년의 공직 생활을 마무리하고, 지난 2월 (사)담수회 편집위원장으로 위촉된 홍영선 편집위원장에게 학술지 ‘담수’ 제50집에 얽힌 이야기를 들었다.
- ‘담수’ 50집 표지는 성주 옥천서원입니다.
▶ 성주군 용암면 대봉리에 있는 옥천서원은 조선 중기 인물인 이사룡(1595~1641)을 모시고고 있는 서원입니다. 병자호란으로 조선을 제압한 청나라가 명을 공격하기 위해 1640년(인조 18) 조선군의 동원을 요구하자, 어영청 군사였던 이사룡도 징발되어 전장으로 끌려가게 됩니다. 1641년(인조 20년) 4월 금주위 송산 아래에서 명군과의 전투에 참전하게 된 이사룡은 차마 명군을 향해 화포를 쏠 수가 없어, 포탄을 제거하고 공포(空砲)를 발포하는 것으로 그 의사를 표했습니다. 청군에서 이를 알고 공포를 쏜 것을 추궁하자 이사룡은 “명나라 조정은 우리나라에 있어서 군신의 의리가 있고 부자의 은혜가 있다. 만약 우리가 명나라 사람에게 발포한다면 이것은 자식이 아비를 죽이고, 신하가 임금을 죽이는 것이다. 천하에 어찌 이러한 이치가 있겠는가”라고 말하며 그 결기를 드러냈습니다. 청군의 장수들이 그의 의기를 높이 사서 다섯 차례의 회유와 일곱 차례에 걸친 겁박을 했음에도, 이사룡은 뜻을 굽히지 않고 죽음을 받아들였습니다. 이사룡의 이 의로움에 감동한 청군도 시신을 본국으로 돌려보낼 수 있도록 허락해 주었다고 전해집니다. 이사룡은 널리 알려진 인물도, 높은 관직에 오른 사람도 아닙니다. 하급 무관이었지만 조용히 義(의)를 실천한 이사룡을 길이 기억했으면 합니다.
- ‘담수’ 50집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두 가지 특집입니다.
▶ 매년 특집 기사는 내지만, 50집에서는 색다르게 특집 기사를 두 가지로 다루었습니다. 첫째는 ‘대구· 경북의 독립운동사’이고, 둘째는 ‘영남인의 혁신사상과 혁신인물 재조명’입니다. 독립운동사는 제가 공직에 있을 때부터 관심을 가지고 활동해 왔습니다. 경상북도독립운동기념관은 1907년 안동시 임하면 내앞(川前)마을에 문을 연 협동학교(協東學校) 자리에 세워졌습니다. 협동학교는 경북 최초의 근대식 중등교육기관입니다. 의성김씨 집성촌인 내앞마을은 백하 김대락을 비롯해 독립유공자를 25명이나 배출했습니다. ‘만주벌 호랑이’로 불린 김동삼, 김대락의 아들로 해방직후 김구와 김일성이 만난 남북연석회의 임시의장을 맡았던 김형식도 이 마을 출신의 독립운동가입니다. 이 마을에서 만주로 독립투쟁에 나선 이는 150여 명에 이릅니다. 또 영양 출신 남자현을 비롯한 항일투쟁에 앞장섰던 여성들의 이야기도 잊어서는 안 됩니다.
대구· 경북은 전국에서 가장 많은 독립유공자를 배출한 ‘호국의 성지’입니다. 특히 안동은 유교문화권의 핵심지역으로 선비정신의 정수로 일컬어지는 곳입니다. 퇴계 학맥을 계승한 선비정신을 바탕으로 수많은 유학자가 국난 극복을 위해 노력한 결과, 가장 많은 독립유공자와 자정순국자를 배출하였습니다. 이 독립운동사를 통해 숨겨진 역사인물을 발굴하고, 그분들의 나라사랑의 정신을 후손들에게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 우리 의무요 사명이라 생각합니다.
사진 이원선 기자
- ‘영남인의 혁신사상과 혁신인물 재조명’을 기획한 까닭은 무엇입니까?
▶ 영남은 국난극복과 국가발전을 주도하며 ‘중심지’의 역할을 해 왔습니다. 그렇지만 언제부터인지 대구· 경북 하면 고리타분하고 변화에 뒤처진 낙후지역으로 인식하는 사람이 많아졌습니다. 이번 특집을 통해 이 지역 선현들의 혁신사상 사례를 살펴보고, 이를 귀감으로 삼아 미래에도 앞서가는 지역으로 거듭나기 바라는 희망을 담아 특집을 기획했습니다.
‘영남인의 혁신사상’이라고 말할 때, 이 ‘혁신’은 현재 경영학에서 이야기하는 새로운 전환과 같은 의미가 아닙니다. 이 ‘혁신’은 유학사상을 토대로 합니다. 특히 ‘혁신유림’은 영남지역이나 안동으로 한정하는 것이 아니라, 유학의 ‘새로움’이라는 가치를 회복하고 실천하는 모든 사상이나 운동을 포괄하는 것입니다. ‘새로움’은 영남인의 정체성이자 미래입니다. 혁신인물로 율정 박서생, 초간 권문해, 한강 정구, 수운 최제우를 선정했습니다.
그 밖에도 논단으로 30주년을 맞는 ‘지방자치’와 ‘고령화사회대책’을 실었습니다.
- ‘담수’ 50집에는 회원들의 작품도 실려 있습니다.
▶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는 많은 담수회원도 있고, ‘담수’를 아끼고 구독하는 독자도 많습니다. 이번 50집에는 발간을 축하하는 한시와 서예작품, 소설, 가사 등을 실었습니다. 많은 분의 작품을 싣고 싶었지만, 한정된 지면으로 다 싣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대면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박연탁 담수회장을 비롯한 역대 편집위원들과 회원들, 사무처의 협력이 있어 50집이 발간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원고청탁을 하면 주저 없이 귀한 글을 보내준 많은 필자에게도 고마움을 전합니다. 학술지 ‘담수’ 제50집은 여러분의 헌신과 노력, 협조가 있어 세상에 나올 수 있었습니다. ‘담수’는 선조들의 정신과 문화를 후대에 전달하고 장래 참지식인을 키우는 도량(度量)을 지니고, 해마다 깊이와 넓이를 더하기 위해 고민하겠습니다.
출처 : 시니어매일(http://www.seniormaeil.com)